인생은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것만으로 이루어져 있진 않다. 그래서 나는 가끔은 ‘굳이’ 무언가를 한다. 무언가를 사고. 낭만은 ‘굳이’ 필요하지 않은 행동으로 만들어진다.
음악을 직업으로 할 생각이 전혀 없지만, 기타를 배웠다. 이걸로 현실적으로 내가 얻을 건 하나도 없었다. 돈을 벌어다 주는 것도 아니다. 근데 거금을 주고 기타를 배웠다. 3개월간 수업을 듣고 다니지 않았는데 어느 새 내 20대 초반의 기준점이 되었다. 어떤 기억을 떠올릴 때 꼭 기타를 배운 그 시기를 기점으로 기억을 떠올린다. 그만큼 나에게 큰 임팩트가 있는 이벤트였다. 나의 첫 낭만이었다. 많은 곡을 치지도, 자연스럽게 치지도 못한다. 하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 하나는 잘 칠 수 있다. 그걸로 버틴 날들이 많다. 별 거 아닌 저 기타 하나로 내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.
낭만은 이런것이다. 지독한 현실주의자들은 취미생활은 필요 없다니, 악기 다뤄서 뭐할거니 등등 떠들어 대지만 막상 부러울거다. 사람은 원래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갈망한다. 나도 갈망하며 배웠다. 멋있는 기타리스트는 아니지만, 내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기타리스트는 된다.